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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건곤정협행 수정본 157

야판
2022-10-03 04:26 1,72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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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7회  남궁암계(南宮暗計)




세월은 참 빠르다.

그동안의 무림은 침체되고 활기가 없어 겨우 명맥만 유지한 채 흘렀으나 오늘은 유달리 성내의 관도를 메우다 시피 많은 무림인이 들끓고, 큰길 옆 고웅여숙(古雄旅宿)에는 강호 명숙과 기인 이사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자리해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파안대소를 하고 있으나 다른 한쪽의 군웅들은 침통한 표정이다. 그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붉은 청첩의 봉투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ㅡ 본인의 세가가 그동안 은인자중 하며 수련에만 증진을 하고 있었으나 이제 강호에 나서 헌신을 할 때가 된 듯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본 세가는 문을 활짝 열고 무림의 귀인들을 모셔 연회를 베풀까 하니 모두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남궁가주 혼원일기 배상 ㅡ


바삐 움직이는 그들은 모두 남궁가주의 초청을 받고 남궁세가를 찾는 무림 협사들이었다. 남궁세가가 강호에 행세를 하겠다는 공개장이 분명했다. 그 청첩을 받아든 무림인들은 이제 드디어 무림이 활기를 띤다는 생각에 한편 기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림에 나선 영웅의 횡포가 기억 속에 되살아나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희비가 교차된 표정들이었다.


 * * * * * * * * * * * * * * * * * *


이곳 석태의 동쪽에 높이 솟은 황산 기슭에는 아름다운 호수 화호(華湖)가 물결을 일렁이며 가을 햇살을 받아 빛났다. 그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의 수면을 고요히 바라보고 서 있는 남궁 부인의 안광은 날카롭게 번득였다. 한동안 수면을 노려보던 그녀가 두 손을 가슴 앞으로 천천히 들어 올려, 별로 힘을 들이지도 않고 수면을 향해 휘익 내밀었다.


- 슉, 슈우욱!

- 펑, 퍼엉!


순간,

잔잔하던 호수의 물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가공할 물기둥이 하늘높이 치솟았다. 뒤이어 장력의 충격을 받아 때죽음을 당한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물기둥 속에서 떨어져 내렸다.


 “네놈이 내게 준 치욕 때문에 절치부심하여 드디어 마지막 구결까지 완벽하게 익혔다. 이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의 한초가 나를 지켜 줄 것이야.”


지켜줄 것이다?

광세의 비급을 모두 익혔으면 강호를 모두 얻은 듯 의기양양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남궁 부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올라야 당연했으나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엷은 미소 뒤에 숨은 남궁 부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표정,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독백이었다.


유운과의 약속대로 그들을 모두 초청했다. 그 청첩 속에 숨겨진 음모, 연공 수련의 완성으로 기뻐하는 표정 뒤에치밀한 계략으로 운집한 군웅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유운을 강호의 패륜아로 만들려는 계산 때문에 또 다른 초조함이 묻어났다.


 “이제 내일이면 손님이 찾아들 시간이다. 어서 돌아가 준비를 해야겠구나.”


화호변을 떠나 남궁세가로 발걸음을 옮기는 남궁 부인의 등이 어쩌면 을씨년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처럼 남궁세가에는 미리 얼굴을 보이기 위해 찾아드는 무림 협사들이 세가의 내당에 모여들었다. 그곳 세가의 의사청에 혼자 자리한 남궁 부인이 깊은 생각에 골똘히 젖어 있었다.


 ‘아우들은 이미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여러 방파의 비경들을 충분히 연마하였을 것이다. 나 또한 비급의 진정한 무공을 모두 완벽히 터득했다. 이만하면 무서운 것은 없으나 그 청년의 입만은 막아야 한다. 세가에 손님들이 몰려들기까지 겨우 하루가 남았다. 많은 무림 명숙들이 모여든 이곳에 그놈이 찾아와 남해에 관한 사실을 떠들기 전에 군웅들의 마음을 휘어잡으려면 숨겨둔 가주를 어쩌면 내손으로 끝을 보아야…”


무언가 치밀한 준비에 골똘하는 그 때 문밖에서 내당 당주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오신 손님 중 어느 분이 꼭 뵙고자 합니다.”

 “나 혼자 조용히 있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집사에게 접대를 하라고 일러라.”


아직은 복잡한 머리다. 일찌감치 남궁세가에 도착한 무림 협사 중 한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하고 싶은 것이리라 여겨 손님을 맞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게 아닙니다. 만약 거절을 하시면 이것을 보여드리라 하셨습니다.”

 “무엇을 말이냐? 가지고 들어와 보아라.”


집무실로 들어온 하인은 남궁 부인에게 공손히 조그만 옥패를 건네 주었다. 그 옥패를 받아들고 앞뒤 살펴보던 남궁 부인은 지극히 당혹해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그 분을 접빈당(接賓堂)로 모시고 금방 찾아 뵐 것이라고 말씀드려라.”


푸른빛이 은은히 도는 그 옥패에는 하늘을 나는 봉황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기이한 일의 연속이로다. 몇 개월 전에는 그 청년이 나타나 나를 핍박 하더니만, 이제는 또 강호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옥봉황이 나를 찾아오다니. 개전 대회를 축하하려는가, 아니면 방해를 하려는가?’


남궁 부인이 접빈당으로 들어서니 이미 안내를 받은 옥봉황은 두 손으로 뒷짐을 지고 접빈당의 벽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남궁가의 후인이 옥 여협께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세가의 대전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옥봉황의 출현을 남궁세가의 복(福)이라 못 박으며 그에 대한 감사의 말을 먼저 전하고 다른 어떠한 시비도 사전에 차단하려는 말이다. 과연 노련한 남궁 부인의 언변이었다. 그런 남궁 부인 말에, 등을 돌리고 벽화를 바라보던 옥봉황이 천천히 돌아서며 입을 열었다.


 “호호호호... 남궁 가주. 어찌 얼굴에 복면을 하고 있소? 이 사람이 청첩도 받지 못한 불청객이라 진면목을 보여주기가 싫은 게요?”

 “아니, 그게 아닙니다. 몹쓸 병에 걸려 흉한 탓에 얼굴을 잠시 가렸습니다.”   

 “호오, 그래요? 그보다 이렇게 불쑥 찾아온 나를 축객도 않고 맞아주시니 우선 감사드리오.”

 “축객이라니 당치도 않는 말씀을. 헌데, 여협이 분명 검후(劒后)라 존경받는 옥봉황이 맞으신지?”


일해낭중 천강까지 은퇴시킨, 당금 강호에서 가장 높은 무공을 지녔다 소문난 기인 옥봉황이 이토록 젊은 여인이라는 사실에 놀라 엉겁결에 나온 말이었다.


 “호호호… 내가 나를 어떻게 증명하리까? 그러나 남들이 본녀를 그리 불러 주더이다.”


봉황이 새겨진 강호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옥패, 옥봉황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푸른빛이 도는 옥패가 먼저나타 난다는 강호의 소문이 아니던가.


 ‘아차, 실례를 저질렀구나!’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남궁 부인은 옥봉황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당황하며 앞으로 나섰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검후 옥봉황의 신분을 의심하겠습니까. 아무 연통도 없이 본 세가를 찾아 주신 여협을 대하니 너무 기쁜 나머지 실언을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남궁 부인의 속마음은 진즉부터 부글부글 끓었다.

이미 자신은 건곤비원록의 무공을 남김없이 터득 하지 않았는가? 비록 옥봉황이 개세의 무공을 가졌다고는 하나 이젠 자신의 적수가 될 리 만무하다. 그러나 검후 옥봉황이란 명성은 강호 무인들에게는 지대한 영향력이 있는 이름이 아닌가. 때문에 남궁세가가 웅지를 펴려는 지금 불필요한 시비꺼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울화를 참으며 고개를 숙일 따름이었다.    

 

 “옥 여협, 어서 이리로 앉으십시오. 무슨 일로 만나자고 연통을 하셨습니까?”

 “별일은 아니에요. 이 사람이 하루 먼저와 가주를 뵈자고 한 이유는, 모든 무림인들이 이 세가에 당도해 혼잡해 지기 전에 한 가지 사실을 청하고 싶어서 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기 전에 요청을 하겠다?  여러 사람이 알게 되면 곤란한 입장이니 은밀히 응해 달라는 옥봉황의 은근한 요구가 아닌가. 남궁 부인도 잠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신지?”

 “남궁가주. 이 사람이 무학에 너무 심취하다 보니 남궁가주께서 새로이 터득했다는 그 무공이 어떤 무공인지 궁금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사람에게 그 무공의 한 자락 보여 주실 수 있을지 청하기 위해 뵙고자 했어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옥봉황이라면 그 인품이 겸손하기로 소문난 인물, 또한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기 싫어 남에게 보이기도 꺼려하는 인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자신과 비무를 원한다는 말을 아주 은근하게 청한다.


 “무슨 그런 말씀을? 천하의 옥 여협 앞에 자랑할 무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씀 거두시지요.”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중히 거절하는 남궁 부인을 바라보는 옥봉황의 입가에 비웃음이 흘렀다.


 “가주께서 기상천외한 무공을 얻어 혼원일기란 별호를 얻었다 들었어요. 이 옥봉황, 호기심이 많아 그 강호를 호령하는 무공을 한번 경험해 보려, 체면 불구하고 드리는 부탁이오.”


무엇인가를 알고 하는 말인가? 가슴이 뜨끔해지는 옥봉황의 말이었다. 남궁 부인은 서둘러 변명의 말을 뱉었다.


 “제가 본가의 실전된 무공비경을 우연히 찾아 조그만 성취를 보았을 뿐입니다. 여협의 앞에서 펼쳐 보이기도 부끄러운 무공입니다.”


그 말에 옥봉황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푸훗... 그래요? 남궁가주가 실전된 비급을 우연히 얻어 무공의 극을 이루었다는 소문이 파다해 가주께 사정이라도 하여 견문(見聞)을 넓히려 했건만! 에이 그 사람, 잘 알지도 못하고 내게 이야기를 했단 말인가?”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다? 그럼 그 청년? 화들짝 놀란 남궁 부인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감히 어떤 놈이 옥 여협께 그런 헛소문을 말씀 드렸단 말입니까?”


옥봉황은 그 말에 대꾸도 않고 혼자소리를 중얼거렸다.


 “그것 참, 도를 수양하는 도인들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어쩔 수 없지. 내일 비무장에서 남궁가주와 한 번 겨루어 보면 그 진위를 알 수 있을 터!”

 “도인? 방금 도인이라 하셨습니까?”


그 청년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고래를 갸웃거리는 남궁 부인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 옥봉황은 더 이상 미련도 없다는 듯 휙 몸을 돌려 접빈당의 문을 나섰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대체 저 옥봉황이 한 말은?’


남궁 부인은 휘적휘적 사라지는 옥봉황을 붙들어 놓을 여유도 없이 혼란스러워졌으나 내일의 큰일을 남겨둔 상황이라 힘겹게 마음을 진정시켰다.


 * * * * * * * * * * * * * * * * * *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높은 담장이 둘러져 그 규모조차 가늠할 수 없는 웅장한 대 저택 남궁세가의 연무장 단상에 높이앉아 밀려드는 군웅들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거드름을 피우는 남궁 부인의 모습이 볼만했다. 자신의 초청에 이렇게 많은 강호인들이 운집을 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아직은 세가의 명성이 녹슬지는 않았구나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한편, 높은 대문을 들어서는 군웅들을 유심히 살피는 남궁 부인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바라보는 눈빛이 초조했다.


 ‘어서 그들이 꼭 와주어야 할 텐데…’


그처럼 안절부절 대문 앞을 지켜보던 바로 그 순간,


- 휘익!


허공에 파공음이 울리며 한 무리의 인영이 남궁 부인의 면전에 내려앉았다. 남궁 부인이 초조하게 기다리던 인물들, 강호인들이 쌍웅(雙雄), 이괴(二怪)라 부르며, 아예 한 수를 접고는 그들과의 시비를 기피하는 청해쌍웅 검웅(劒雄)과 도웅(刀雄) 그리고 중산이괴 투괴(偸怪)와 아괴(啞怪)였다.


 “형님, 저희들 왔습니다.”


때맞추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나타났다. 반가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남궁 부인이 손을 내밀었다.


 “오… 왔구나. 어서들 오시게!”

 “예, 형님. 아직 그놈은 나타나지를 않았지요?”


이들도 역시 남궁 부인과 마찬가지로 막연한 불안감을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어찌되었는가? 모두들 완벽히 익혔는가?”

 “예, 그 각 문파의 비경 내용을 철저히 파악해 다행히 모두 연공을 마쳤습니다.”

 “잘됐다. 이제는 안심이구나!”


남궁 부인의 눈 속에 안도의 빛이 흘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투괴가 남궁 부인의 눈빛을 살피며 말했다. 


 “큰형님, 이번 기회에 큰형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칠대문파의 비전절공을 연마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원한다면 저희들이 돕겠습니다.”


투괴의 말에 남궁 부인의 눈에 음흉한 빛이 흘렀다.

각 문파의 장경각에 고이 보관되어 있어야 할 비전비경의 책자를, 이미 오래전 서북 제일의 도둑이라 불리는 투괴가 제집 드나들 듯 들어가, 침입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원본을 그 자리에 두고 필사를 해 연마해 왔다. 그 사실을 잘 이용하면 군웅들 앞에 또 하나의 변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비경의 필사본이 지금  수중에 있는가?”

 “예, 큰 형님. 혹시나 하여 지니고 왔습니다.”

 “알았네. 허나 아우님들이 혼신을 다하여 터득한 무공을 어찌 내가 얻을 수가 있겠는가? 우선은 여기 온 손님들 접대부터 치르고 난 후 자세한 의논을 하세.”


서로 은근한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각, 남궁세가의 본전 건물 지붕 꼭대기 위에 하얀 유삼을 걸친 유운이 몸을 숨기고 세가에 모여든 무림인들을 눈여겨 보며 그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남궁 부인의 면전에 내려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저들 네 사람, 그녀가 불러들인 일곱 흉수들 중의 인물처럼 보인다. 남궁 부인이 약속대로 모두 그날의 인물들을 모은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어쩐지 저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지붕 위의 유운은 남궁세가의 마당을 주시하며 스스로 여러 생각을 되짚었다.


 ‘남해 보타암을 침범한 일곱 명의 흉수들, 그들과 함께 행동을 하진 않았으나 그들과 가까은 한 사람이 천하기서인 무공비급을 습득했다는 소문이 돌면 저들의 태도는 어떻게 변할까? 저들은 아직 남궁 부인이 남궁가주를 대신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면? 그리고 남궁가주라 믿고 있는 남궁 부인의 무공이 갑자기 더욱 높아졌다면 그 점을 수상히 여겨 추궁을 할 게 뻔하다. 또한 일곱 흉수들이 서로 반목을 하며 의심의 골이 깊어지고 상대의 약점을 들추어 낼 때 남궁 부인은 그 궁지를 벗어나지 못할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해까지 동행도 하지 않은 남궁 부인을 미끼삼아 그들의 행동을 유추해 보고자 하니 남궁 부인이게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닌가 자괴심도 들었다.


 * * * * * * * * * * * * * * * * * *


남궁세가의 넓은 마당은 강호 각지에서 모여든 군웅들에 의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그중 배분이 높은 무림 명숙들은 세가 집사의 안내를 받아 본전의 실내에 들어 담소를 나누고, 한 배문 아래의 무림인들은 연무장 아래에 마련된 임시 접객실에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웠다. 바로 그때 집사의 목소리가 마당에 크게 울렸다.


 “군웅 여러분, 가주께서 나오십니다.”


웅성거리던 군웅들이 남궁가주의 출현에 자세를 바로하며 그를 맞았다.


 “본가를 찾아주신 협사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가 조용히 남궁가주의 인사말을 경청하는 그 순간 머리에 회색 두건을 쓴 도인 한 명이 손에 술잔을 들고 비틀거리며 남궁가주의 앞으로 다가섰다.


 “남궁 대협, 이렇게 우리들을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가의 개전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군웅이 참석한 이 기회에 혼원일기란 명성을 얻게 된 그 무공을 이 자리에 참석한 모두에게 한번 시연해주면 어떻겠소이까?”

 “어헉, 이놈이?”


단상 위에 앉아 다가오는 그 도인을 바라보던 남궁 부인이 순간 긴장했다. 그러나 자신은 손님들을 초청한 주인의 입장, 남궁 부인은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입을 열었다.


 “이 자리는 본 세가의 개전을 축하의 자리지 지금 당장 무공(武功)을 논 할 자리는 아니외다. 비무는 오찬 이후에나 열릴 것이외다.”


술이 취해 비틀비틀 다가서는 도인에게 점잖게 한마디를 하는 남궁 부인을 비꼬듯 바라보며 그 도인은 또다시 빈정거렸다.


 “푸후후… 남궁 대협. 그대는 어디서 어쭙잖은 무공을 얻어 제법 행세를 하며 무림을 그 손아귀에 쥐어보겠다고 이 많은 무림인을 초청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군협들 앞에서 그대의 실력을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지!”


애써 도인의 말을 무시하려던 남궁 부인이 기어이 참지 못하고 노한 목소리를 뱉었다.


 “이놈, 청성이 무슨 일로 행패를 부리느냐. 이 기쁜 자리를 훼방 놓으려는 네놈부터 응징을 해야겠구나!”


그냥두면 저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더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일,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입을 막으려는 남궁 부인의 의도를 눈치 챈 도인이 얼른 군협들을 향해 돌아섰다.


 “여러 무림 동도들, 빈도는 청성의 환중이라 하외다. 우리 모두가 남궁가주의 청첩을 받아 이곳에 왔으나 그가 우리를 초청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있소이다. 이제 남궁가주가 우리들의 앞에 있으니 그에게 초정한 사유를 들어야 하지 않겠소?”


청성의 환중 도인이라면 청성파의 삼장로 중의 한 사람, 무림에 제법 그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 아닌가? 그런 환중 도인이 군협들을 향해 저토록 열변을 토한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는 무슨 숨겨진 사정이 있으리라 여긴 군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 휘이익, 휙!


시커먼 그림자가 네 명이 환중 도인 앞으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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