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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건곤정협행 수정본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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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04:26 1,6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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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6회  색정분휘(色情奮揮)




그리고 반 년 여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부터 스스로 남궁세가의 가주라 자칭하는 인물이 나타나 강호에 그 위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중원 무림인들은 황산의 기슭에 자리해 은인자중하던 남궁가가 어쩌다 무공 한 자락 얻어 발호를 하는구나 하며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코웃음 치던 무림인 어느 누구도 대적 못할 가공할 무공, 드디어 중원 무림은 그에게 혼원일기라는 별호를 헌정해 높이 부르기 시작했고 이제 그의 앞에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남궁가주라 자칭하는 그는 강호를 독보하는 거인이 되었다.


 “이제 겨우 칠 할을 터득했을 뿐인데도 강호에 적수가 없구나.”


스스로 생각을 해도 흐뭇했다. 득의양양해진 남궁 부인은 이제 완벽한 터득을 위해 마지막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나날이 무공의 연성을 이루어 가고, 이제 건곤비원록의 마지막 완성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남궁 부인이었으나 그 마지막 단계가 여의치 않았다.


 “그것 참, 건곤파경의 한 부분을 도저히 이룰 수 없구나. 언제나 그 곳에 이르면 공력이 멈추고 만다. 휴우… 이 고비만 넘으면 비원록에 담긴 무공의 극을 이룰 수 있으련만…”


마지막 한 순간을 넘지 못하는 수련, 남궁 부인이 침통한 표정으로 혼자 자리에 앉아 고뇌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긴 생각에 젖어있던 남궁 부인이 번쩍 눈을 뜨며 그의 입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들과의 약속 날짜가 다 되었구나. 우선 다녀와서 연공의 끝을 보아야겠다.”

 

혼원일기라는 이름이 강호에 명성을 떨치고 있던 그 시기,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네 명의 무인이 홀연 나타나 이름을 드높였다. 멀리 중원의 서북쪽 청해성 서녕에는 청해쌍웅(靑海雙雄)이라는 두 명의 영웅이 무림을 활보하고, 남쪽 광동성에는 중산이괴(中山二怪)라 불리는 두 명의 고인이 산하를 호령했다. 그렇게 강호 무림에는 혼원일기와 더불어 이들을 일기(一奇), 쌍웅(雙雄), 이괴(二怪)라 부르며 그들을 현 무림의 제일 고수라 인정하고 그들과의 시비를 극구 피했다.

무림의 새로운 영웅 일기, 쌍웅, 이괴!

그들은 일찍부터 친분이 있었는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신들의 지역을 굳게 다지며 나란히 강호 무림을 지배했다. 그리고 형제의 연을 맺어 매년마다 한 번씩 만나 그 동안의 무공 증진을 논했다.

그 약속의 날인 오늘, 남궁 부인은 홍택호가 내려다보이는 주루 화빈원에 달려오다 뜻밖의 청년을 만나 이지경이 되고 말았다.


 * * * * * * * * * * * * * * * * * *


 “이보시오, 부인. 말을 한다며 입은 열지 않고 뭘 하시오. 그대는 대체 뉘시오?”


지금껏 남궁 부인은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헌데, 이젠 아무도 자신의 앞을 막을 인사는 없으리라 자신만만하던 강호행이 오늘 어쭙잖은 청년에게 무침히 무너져 버렸다. 기가 막혀 잠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생각하던 그녀의 귀에 유운의 재촉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내, 말하리다. 너무 다그치지 마오. 이 사람은 남궁 가주의 안사람이오.”

 “뭐라? 그럼 지금껏 남궁 부인이 남궁가주의 행세를 했단 말이오?”

 “그런 게 아니오. 가주께서 중병이 들었기에 가문을 지키려는 고육지책이었소.”


남궁 부인은 그래도 주눅 들지 않으려 아랫배에 힘을 주고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그래서 스스로 나섰다? 허기야, 내게는 남궁가주나 남궁 부인이나 다를 바 없소이다. 그대요? 아니면 남궁가주요?”

 “뭘 말이오?”

 “지금 그대가 펼친 무공, 누가 얻은 거냔 말이오.”

 “건곤비원록의 무공 말이오?”


순간, 유운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뭐... 뭐라. 건곤비원록의 무공? 그렇다면 그 비록을 어디서 얻어단 말이오?”


남궁 부인의 입에서 스스로 나온 말, 건곤비원록 그 말을 듣는 순간 유운은 무림 평화에 또 하나의 걸림돌을 맞이하는가 하여 온몸을 엄습하는 충격에 몸을 떨었다.


 “다시 한번 내 앞에서 똑똑히 말하시오. 그대가 말한 건곤비원록은 어디서 얻었소?”


어린놈에게 놀림감이 되었다는 자괴감에 무심코 뱉은 건곤비원록, 그 비록은 당연히 남궁가의 가전비학이다. 그것이 무엇때문에 이 청년을 긴장시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찌 가전무학 비록의 출처를 그렇게 궁금해 하시오?”

 “가전무학의 비록이라? 허... 그랬구나.”


남궁 부인이 자신에게 건곤파경장이란 무사운 장력으로 몰아붙이다 마지막 순간에 그 장력이 무산되었다. 그러니 정상적인 무공의 형태는 아니다. 그 장력이 어디엔가 숨겨져 있다가 우연히 남궁 부인에게 전해진, 강호를 어지럽힐 지극한 사공(邪功)이라 여겨져 잔뜩 긴장을 하며 남궁 부인을 다그친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살피던 남궁 부인이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어쩌면 상대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공의 소유자일 것도 같았다. 해서 스스로 자랑하는 자신의 나신을 드러내며 슬며시 음약을 풀어 상대를 중독시킨 후 이 청년의 내력을 알아보려는 음흉한 술수였다. 그런데,


 “그냥 놓아두기는 아까운 몸이구려. 하지만 그대의 몸이 얼마나 처참하게 희롱을 당하는가는 지금부터 당해보시오.”


분명 음독(淫毒)을 코로 들이키는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도무지 중독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자신의 상의는 아예 몸에서 떨어져 나가 그 속에 가려진 분홍빛 젖 가리개가 수줍은 듯 두 봉우리를 감싸고, 하의는 열려 벌어진 다리 사이에는 치부를 가린 앙증맞은 천 조각히 하늘거렸다. 이 기막힌 수치심에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손으로 하체를 가리는 이리저리 가리는 남궁 부인의 모습이 오히려 가련했다.


 “크흐흐흐흐...”


가까이 다가간 유운이 손을 내밀어 분홍빛 젖 가리개와 앙증맞은 천 조각을 툭 건드렸다. 이젠 청년이 내뱉는 웃음 소리까지도 음침하게 들렸다.

 

- 투둑!


슬쩍 내지른 손가락에서 뻗어난 지력에 아래 위를 가리던 천 조각이 칼에 잘린 듯 남궁 부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눈부신 나신이 눈앞에 드러났다. 발갛게 홍조를 띤 얼굴, 둥글게 솟아 오른 두 개의 탐스러운 봉우리, 그 아래로 뻗은 미끈한 다리는 중년 여인의 그것이라 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늘씬했다.


 “흐흐흐흐 이 아름다운 몸을 유린해야 하다니 이 일을 어이할꼬? 허나 그대가 스스로 뿌린 업보인 것을. 날 원망 마오.”


매몰차게 발가벗겨진 그 수치심을 건드리며, 아랫도리를 가리며 꿈틀거리는 남궁 부인의 다리 사이로 얼핏 얼핏 드러난 비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청년의 눈은이상하리만치 깊고 맑았다.


 ‘어어… 이놈이?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것!’


유운의 그런 모습을 살피던 남궁 부인의 두뇌가 교활하게 움직였다.


 ‘그래 이놈을 나의 명기로 품어 내 발아래 꿇게 만들어야겠다.’


상대는 아직 어린놈이다. 그런 상태면 아직 남녀간 운우지정의 맛은 모를 터, 자신의 몸으로 이 청년을 유혹하여 적절히 다루리라 결심한 남궁 부인이 이제는 유운이 하시라도 빨리 자신의 몸에 달려들기만을 기다렸다. 그 순간 유운이 달아오르는 욕정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뻗어 남궁 부인의 아랫도리에 손을 얹었다.


 “으음… 아아아…”


광인처럼 거칠게 덮치려는 이 청년의 손길을 피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에 놓인 청년의 손을 잡아 스스로 은밀한 비소로 이끌었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콧소리가 음란하게 흘러나왔다. 그 감미로운 교성이 유운의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렇지, 네놈이 견딜 리가 만무하지!’


육체에는 자부심을 지닌 남궁 부인이다. 그런 자신의 나체를 요염하게 드러내며 상대를 유혹하려 작정했는데 어린놈이 참을 수 있겠는가. 서둘러 입을 하문으로 가져가는 청년을 보며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하체에 입술이 닿으니 달콤한 액체가 입안으로 흘러드는 것만 같았다.


 “허헉, 절로 움직이는 구나!”


여인의 하체가 꿈틀거렸다. 그 달콤한 감각에 저절로 이끌려 은밀한 곳을 찾아드는 순간, 남궁 부인의 하문 깊숙한 곳에서 끈끈한 액체가 뿜어져 나와 유눈을 적셨다.


 “헉, 으윽!”

 

허벅지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던 청년은 하체의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액체를 뒤집어쓰자 더는 그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헌데 그와 동시에 청년의 체내에서는 그보다 더욱 뜨거운 화기가 치밀어 전신을 휘어 감는 남궁 부인의 체액을 순식간에 입 속으로 빨아들였다.


“어어어…”


상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화끈 달아오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이없게도 남궁 부인의 체내에 잠재해 있던 음화가 치밀어 오히려 스스로 견디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남궁 부인이 이 청년을 유혹해 수족으로 삼으려던 간계가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휴우…”


길게 한숨을 내뿜으며 스스로 다리를 더욱 벌리는 남궁 부인의 눈동자 속에는 아직도 붉은 화광이 번뜩였다.

그런 그녀의 귓속에 아련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남궁 부인, 죄송하오. 본의가 아니었소.”


이 청년을 색향으로 유혹해 품에 넣으면 되리라 생각했다. 다행히 음욕을 참지 못한 그가 정신을 잃고 달려들기에 그를 완벽히 농락하기 위해 자신의 하문에서 흐르는 음수에까지 미약을 풀어 손아귀에 쥐려는 순간, 졸지에 일이 이상하게 흘렀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이제는 이 청년을 두려움 가득한 눈빚으로 바라보는 남궁 부인에게 뜻밖에 미안함까지 표현하는 청년이었다.


 “이놈이, 본녀를 희롱하더니, 이젠 미치기까지 하였구나!”

 “그 말이 맞소. 소생, 미칠 뻔 하였소이다. 그러나 부인이 먼저 소생을 유혹한 게 아니오?”

 “뭐... 뭐라?”

 “허나 부인, 그대도 더는 나를 어찌하려 머리를 굴리지 마오. 겨우 넘긴 인내, 앞으로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나 자신도 모르오.”


천천히 일어나 바닥에 뒹구는 옷가지를 주워 나신을 가려 주며 진중히 입을 여는 청년의 말은 정중했으나, 남궁 부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눈길은 차갑고 냉정했다.


 “가... 가까이 오지마라.”


한 발 다가서는 유운이 그녀의 눈에는 야차보다도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비쳐 소름이 끼쳤다.


 “후후후... 내 잠시 미친 척 그대를 희롱한 점은 진심으로 사과하오. 허나 이제 부인의 힘으로는 소생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오. 그러니 지난 행적을 스스로 밝히시오.”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조금 전,

그렇게도 자신하던 무공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여인의 몸으로는 죽음보다도 더한, 자신의 발가벗겨진 몸도 드러내고 말았다. 이왕 드러난 육체, 그 나신을 이용해 이 청년을 휘어잡으려던 궁여지책도 물거품이 되었다. 겨우 쌓아올린 강호의 명성이 갑자기 나타난 이 청년 때문에 허물어 질 순간이었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 머뭇거리는 그때, 유운의 호통 소리가 귀를 울렸다.


 “남해 보타암의 처참한 만행이 그대의 짓이오?”


분명 그녀도 보타암 살육에 가담했을 거라 여겨 진실을 냉엄하게 묻는 소리였다.


 “나… 나는, 아니오. 남해에는 가질 않았소.”

 “그 말은 나중에 따져보지요. 그날 남해에 발을 딛은 오른 일곱 명의 이름을 알면 모조리 말해 보시오!”


살기 가득한 유운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정말 모르오. 모두가 그곳에 가질 않은 내가 어찌 알겠소.”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극구 변명을 하는 그녀의 몰골은 이미 혼원일기라는 강호 여협의 풍모는 사라지고 그저 힘없는 중년 여인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후후후... 그대의 머리에 눌러쓴 그 사립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소. 더 이상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그대의 목숨은 보장을 할 수 없소이다.”


그 와중에도 어찌하면 이 처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던 남궁부인이 '사립' 이란 한마디 말에 그자가 떠올라 움찔했다. 도리 없이 한 부분은 털어놓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 그녀가 번개처럼 머리를 굴렸다.  


 “공자, 진정이에요. 청성의 도인 한 사람과 척용 장주는 사립인에게 얼핏 들었소이다. 그는 나에게도 동행을 요청했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내 틀림없이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어 말씀드릴 테니 믿어 보세요.”


강호를 주름잡던 여협의 체면이고 무엇이고 없었다. 남궁 부인에게는 우선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틀림없이 알아낸다? 좋아요. 내, 그대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하지요.”

 “고마워요, 공자. 내 필히 그들을 찾아 공자께 알려 드리지요.”


유운이 쉽게 자신의 말을 신뢰한다고 여긴 남궁 부인의 입가에 교태까지 흘렀다. 그녀를 지켜보던 유운의 손가락 하나가 암암리 움직였다. 형체도 소리도 없는 경풍(勁風)이 한줄기 뇌전처럼 날아가 남궁 부인의 대뇌 속으로 파고들었다.


- 움찔!


무언가 조그만 변화를 느끼기는 했나보다. 남궁 부인의 눈동자가 잠시 커졌다가 자신의 뇌를 자극한 뇌공의 존재를 추호도 감지 못하고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남궁 부인, 내 그대의 약조를 믿소. 찾게 되면 굳이 내게 알릴 필요는 없소이다. 그들을 모두 남궁가에 불러 모으시오. 그럼 이만!”


유운이 가볍게 목례를 한 후 휙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그리고는 뒤돌아보지도 허공 저 멀리 사라졌다.

사홍 언덕의 숲속에 홀로 남겨진 남궁 부인의 얼굴에 진땀이 흘렀다.

 

 “많이 늦었다. 그들은 아직 기다리고 있을까?”


 * * * * * * * * * * * * * * * * * *


주루 화빈원의 이층,

청해쌍웅(靑海雙雄)과 중산이괴(中山二怪)가 홍택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자리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일일이 설폈다.


 “남궁 큰형님은 왜 이리 늦으시는가?”


중산이괴가 청해쌍웅을 힐끗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게. 도착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그와 때맞추어 이층을 오르는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우님들, 일찍들 와 계셨구먼!”


사립을 쓴 복면 무인이 실내로 들어섰다. 헌데 그 모습이 청해쌍웅과 중산이괴의 눈에는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았다.


 “큰형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 물음에 대답도 않고 헉헉 거리며 자리에 앉은 복면 무인, 남궁 부인이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들은 아직도 남궁 부인의 진면목을 짐작하지 못하고 혼원일기는 여전히 남궁가의 가주인 남궁휘로만 여기고 있었다.


 “아우님들은 칠대 문파의 비경(秘經)을 완전히 익혔는가?”


뜬금없는 말이었다. 일년 만에 만난 그가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눌 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이 무공의 진전부터 묻는다. 무림 제일의 도둑이라는 불리는, 중산이괴 중의 한 명인 투괴(偸怪)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큰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숨넘어가듯 내뱉는 그의 말에 분명 다급한 일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어 긴장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우리 모두 한가하게 이야기들을 나눌 여유가 없네. 어서들 돌아가 무공연마에 진력을 해야 할 것이야.”


남궁 부인이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듯 말을 뱉었다.


 “허허, 큰형님.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 하겠구려? 우선 술 한 잔 드시고 목이나 축인 후 천천히 말씀해 보시오.”


내미는 술잔을 받아 목을 한 모금 적시고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시 전 겪었던 일을 자세히 전했다. 그러나 그 말 속에 자신의 나신이 드러났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나 큰형님께서 결국 우리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청해쌍웅과 중산이괴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역시 혼원일기라는 인물은 과연 자신들이 믿을 만한 선배로구나 존경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큰 형님. 일이 그렇다면 여기에 더 이상 머물고 있을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


이 화빈원에서 오랜만에 만난 회포도 풀고 그동안 연마한 서로의 무공을 논하며 또 강호의 움직임도 살펴, 앞으로 강호에서의 처신도 의논하려 했다. 그러나 상대의 무공이 그토록 신묘하다면 한시라도 수련에 매진해야 할 것이 아닌가.


 “큰형님, 어서 돌아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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