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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건곤정협행 수정본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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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04:26 1,6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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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5회  기암검공(奇岩劒功)




복면 무인이 입가에 득의의 웃음을 흘리며 비틀거리는 유운의 곁으로 다가 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청년의 무공 수위는 도저히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해서, 그가 제대로 자리를 하기 전에 전신의 중요한 요혈 세 곳을 동시에 불의의 공격을 취했다. 그런데도 힘 한 번 들이지 않고 그 공격을 무산시켜 버렸다. 그런 상대이니 두려움이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장력을 가하니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장을 맞고는 주르르 물러났다.


 “그럼 그렇지. 이놈이 강해서가 아니라 내가 방심한 게야.”


이제야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이 되살아난 복면 무인이 한 발 다가 서려는 순간,


 “손맛이 이리도 가벼워서야, 후후후... 네놈의 그 별호도 허명이 분명하구나. 이젠 내 물음에 대답할 차례야. 말을 않으면 목숨을 거둘 것이오.”


눈앞의 청년이 백옥선을 빼들고 우뚝 서 있다. 손에 부채를 들고 앞을 바라보는 그 자태는 처절한 아름다움마저 보였다.


 “허헉!”


소스라치게 놀란 복면 무인의 입에서 바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유운은 그런 그를 보며 싱긋 웃음을 흘렸다.

 

 “아니, 아니. 괜찮소. 물음에 답만 한다면 귀하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으리다.”


갈수록 가관이다. 천하의 혼원일기를 어린아이 다루듯 손에 쥐고 어르며 달래는 것 같았다. 복면 무인도 입술을 단단히 깨물었다.


 “프흐흐흐... 노부의 목숨을 거두겠다? 이 어른이 근래에 터득한 벽력회선장(霹力廻旋掌)을 우선 네놈에게 시험해 보아야겠구나.”


그리고는 그리고 유운이 미처 방비의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두 손을 홱 뿌렸다.


- 크르릉, 크아아앙!


과연 달랐다. 그의 두 손에서 뻗어난 장풍은 회오리처럼 하늘로 쏟는 듯하더니, 빙글 유운의 전신을 맴돌았다. 그 장력 속에 갇힌 유운의 주변은 마치 암흑과도 같았다. 그리고 주변의 공기는 수 만개의 바늘처럼 날카롭게 유운의 요혈을 파고들었다.


 “어어어…”


유운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복면 무인이 짐작한 대로 강호 경험이 일천해, 이 다급한 순간 손에 쥔 옥선을 앞으로 내밀고만 있을 뿐 날아드는 장풍을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허둥거렸다.

천궁에서 터득한 무공은 기법도 초식도 없는 오직 마음으로 움직이는 무심의 무공이다. 그조차 소용과 함께 천길 절벽아래로 떨어져 지고무상의 해를 터득한 자신의 무공이 아닌가, 하지만 그 짧은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복면 무인이 뿌려낸 장력도 천근만근의 공력으로 유운의 전신을 휘감았다.


 “으음... 저 내력을 장력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유운이 마음다잡는 바로 그 순간,


- 번쩍, 휘이잉!


유운의 손에 들려있던 백옥선이 저절로 바람을 가르며 한줄기 기광이 뻗었다. 동시에 그 기광은, 바늘 끝처럼 날카롭게 다가들던 벽력회선장의 장력을 순식간에 분쇄하고, 나아가서는 백옥선의 바람이 벽력회선장의 질풍 같은 장력의 방향을 되돌려 복면 무인의 앞가슴을 후려쳤다.


 “컥, 이게 무슨 조환가?”


자신이 펼친 장력을 믿어 이제 끝장이 났구나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 청년이 쓰러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상대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되돌아온 자신의 장력에 오히려 격타당한 복면 무인이 혼비백산했다.


 “이제 소생의 무서움을 알았소? 어서 내 앞으로 와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비시오.”


하지만 그래도 강호에 혼원일기란 명성을 떨치는 복면 무인이 아닌가? 유운의 조롱에 찬 어조에 노기가 충천한 그의 입에서 노호가 터졌다.


 “이놈, 어린놈이 제법 무공을 안다 어여삐 여겨 내 친히 위로한 후 저승으로 안내를 하려 했건만 어쩔 수 없구나. 이제 네놈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무공을 경험하게 될 것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한 무공?”

 “오냐. 내 오늘, 네 놈의 안목을 키워주마. 자, 간다.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


복면 무인의 두 손에서 터져 나온 장풍이 양 갈래로 나뉘어 하늘을 울리고 지축을 뒤흔드는 듯했다. 그 장력 중 한 가닥은 땅속을 파고들어 지축을 뒤흔들며 유운의 하체를 향해 달려들고, 다른 한 가닥의 장력은 허공을 날아 회오리치며 하얀 연무 같은 진기를 몰고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좀 전의 무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정의 공력, 대단한 위력이다. 그냥 피하기만 해서는 장력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를 못하겠구나. 유운 자신이 터득한 무하도의 그 기서 비경속의 무공은 아니다. 가만, 이자가 혹시 기연을 얻었나? 평범한 무공만을 지녔던 황보정이나 서문화령도 기연을 만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과연 천하를 뒤흔들 만한 공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니 혼원일기라는 이자도 그렇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


- 휘익!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머리를 갸웃거리며 유운은 전신요혈을 파고드는 장력을 피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바람을 가른 신형을 허공에서 뒤집으며 복면 무인의 등 뒤로 훌쩍 내려앉았다. 그러나 건곤파경장의 장력은 눈이라도 달린 듯 저절로 방향을 틀어 유운의 전신을 노리고 자석처럼 따라붙었다.


 “이... 이런, 생각보다 더 강하다!”


이만하면 장력의 중심에서 벗어났으리라 여긴 유운이 바짝 긴장해 다시 한번 몸을 솟구쳤다.


 “후후후, 겨우 그 정도로 내 장력을 벗어날 성 싶으냐? 차앗!”


복면 무인이 비웃음 소리를 뱉어내며 두 발로 땅을 굴렸다.


- 펄럭, 스스스슷!


지체없이 그의 신형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두 손을 상하좌우로 교차해 맹렬히 흔들었다.


- 휘이이잉, 크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 소리가 울려 퍼지며 하늘은 온통 복면 무인이 펼친 장력에 뒤덮이며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온 손바람은 땅바닥의 흙먼지를 말아 올려 거센 회오리를 만들었다.


 “허어, 과연...”


그 거센 장풍은, 말아 올린 흙먼지로 눈앞을 가리는 막을 이루어 유운을 그 속에 꼼짝 못하게 가두어 놓았다. 그리고 소리도 없이 펼친 건곤파경장의 장력이 교묘히 유운의 전신요혈을 파고들었다.


 ‘좋다. 얼마나 위력이 있는 절정무공인지 내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보아야겠다.’


유운은 스스로 장력을 몸으로 받아 그 흔적을 확인해 보려는 생각에 자신의 주변에 펼쳐 두었던 호신강기를 거두어 들였다.


 “어어어?”


뜻밖의 광경이 벌어졌다. 이 청년이 자신의 전신에 휘몰아 오는 장력을 피할 궁리는 않고 오히려 장풍이 몰아치는 한가운데를 향해 정면으로 뚫고 들어간 것이다.


 “어허... 이놈이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천하의 절공이라 여기는 건곤파경장이다. 그 가공할 위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피하거나 움츠려 들지 않고 오히려 장력 속으로 날아든다. 도검불침, 수화만독의 지체를 지닌 금강불괴지신이 아니고서야 너무나 무모한 도발이 아닌가?


 “이놈이? 어디 이 지풍도 함께 맛보아라!”


잠시 당황해하던 복면 무인이 손가락을 구부렸다 홱 튕겼다.


- 핑, 슈웅웅!


파경장의 거센 격랑에 뒤이어 파경일지(破經一指)의 지풍이 조그만 틈도 용서치 않고 유운의 삼십육대 요혈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헌데, 단단히 방비를 하고 장풍 속으로 뛰어든 유운의 얼굴에 의아심이 가득한 표정이 떠올랐다. 


 ‘아니다, 이게 아니다. 비록 혼원일기의 장력과 지풍이 혼연일체를 이루어 천지를 뒤엎을 만한 기운을 보이는 듯하나 마지막 한순간 진기가 한곳으로 모이지 않아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건곤파경장과 파경일지의 공력이 교차해 한순간 전신 요혈을 노리며 집어삼킬 듯 밀려오다가 그 극강한 강기가 자신의 신형 가까이에 다가와서는 더 이상 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멈추고 만다.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남궁 가주. 파경장과 파경일지 두 무공이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발경의 순간에 멈추어 버리는구나. 그렇다면 아직은 수련이 덜 익은 탓, 쯧쯧쯧… 안타까운 일이로고. 이제는 내 옥선의 바람을 받아보아라. 차앗!”


날카로운 기합 소리가 터졌다.


- 뻔쩍!

- 슷, 스스슷!

 

손에 든 부채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 빛은 한줄기 선풍이 되어, 회오리치는 건곤파경장의 장력을 한순간에 와해시키고 동시에 복면 무인 가슴 윗부분 입동혈을 순식간에 찍어 버렸다.


- 쿵, 털썩!


유운을 장풍 속에 몰아넣었다가 졸지에 점혈을 당한 복면 무인은 허공에서 떨어져내려 바닥에 뒹굴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입동혈을 점혈한 후 체내로 파고든 흰빛 부채 바람은 복면 무인의 오장육부를 뒤흔들어, 분골착근(分骨着筋)의 고통보다도 더욱 극심한 통증을 유발해 그 격통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후후후... 그 꼴이 무림에 위명을 떨치는 혼원일기의 모습이던가? 어떠냐, 이제 본 공자의 진정한 두려움을 알았느냐!”


극렬한 통증에 온몸이 뒤틀린 복면 무인의 귀에는 그 소리도 들리지도 않았다. 스스로 몸속의 공력을 운용해 점혈을 당한 입동혈을 풀어 통증을 완화시켜보려 했으나 운공을 할수록 통증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공자, 제발 이 혈을, 혈도를 좀 풀어 주시오.”


이제는 오직 그 격통을 벗어나기 위해 찡그린 얼굴로 사정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


그 순간 유운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혼원일기 남궁휘, 그래도 중원무림을 호령하는 대단한 인물로 여긴 그의 입에서 뱉어진 소리, 그건 당당한 장부의 목소리가 아니라 연약한 여인의 음성이었다.


 “대체 어인 영문인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순간이기에, 지금껏 숨겨왔던 목소리가 아닌 자신 본래의 목소리가 엉겁결에 튀어나온 것 같았다. 얼른 다가가 얼굴을 감싼 복면을 벗기자 그 속에서 사십 중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악, 이놈. 무슨 짓이냐!”


복면 무인이 그 아픈 격통에 이를 악물면서도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어허, 혼원일기가 여자였던가?”


상대가 남궁가의 가주 남궁휘라 여겼던 인물이 여인이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유운이 얼른 입동혈을 풀고 손가락을 뻗어 소요혈에 놓았다. 지독한 통증은 해소시켜 그녀의 운신은 가볍게 만들어 주고, 만약을 대비해 무력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끄으으… 휴우…”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난 여인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보시오, 그대는 뉘시오?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다시 점혈을 할 거요.”


순간, 잠시 전 온몸을 뒤틀던 극심한 고통이 새삼 떠오르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내, 말하리다.”


겨우 입을 연 여인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더니 마치 지난 생각을 하는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안휘성 남쪽 황산 기슭에 울창한 나무로 둘러진 남궁세가(南宮世家), 높은 대문 안으로 들어서 연무장을 지나면 본전 건물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그 건물 중앙에 가주 남궁휘(南宮輝)의 집무실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집무실 의자에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깊은 상념에 젖어 있는 사람은 남궁휘가 아니라 그의 안사람 남궁 부인이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남궁가가 이처럼 위세를 떨치지도 못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남궁 부인이다. 그녀의 숨겨진 무공은 이미 일가를 이루었으며 머리는 치밀하고 야심 또한 남궁휘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그때까지의 남궁가는 강호의 놀림감이 될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다. 그 원인이 오로지 가주 남궁휘의 무능 때문이라 일찍부터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가주가 어느 날 중병까지 들어 운신조차 못했다. 이대로 남궁가는 강호에 이름 한 번 내밀지 못하고 사라질 판이었다.

그래도 그가 남편이기에 분별없이 나서지는 못하고 남궁휘의 그늘에서 기회만 노리던 남궁 부인은 이때를 기화로 삼아 병든 가주를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밀실로 옮겼다. 그리고 자신은 얼굴에 복면을 하고 남궁휘의 노릇을 대신하며 강호의 소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밀실이 보고(寶庫)였다. 밀실의 벽면 한구석 틈 사이에서 발견한, 남궁가 누대로 내려오던 가전무학 비록,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 남궁 부인의 눈이 둥그레지며 입이 귀밑에 거렸다. 그토록 원하던 무공 비급 '건곤비원록' 이 드디어 남궁 부인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다. 이제는 무림 천하가 모두 자신의 발아래로 보였다.


 “됐다. 다행히 남궁가의 가솔 아무도 모르게 얻게 되었구나!”


남궁 부인은 그 즉시 비급의 무공을 수련하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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